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3부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3부
아침에 일어난 나는 먼저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

어젯밤 그렇게 해대던 설사가 멎었고 배도 아프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또 다시 내시경을 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어젯밤 밥을 굶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나서 설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그야말로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화장실을 들락거렸던 것이다.

그 동안 잔병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온 내게 어제와 같은 일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고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병원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 그토록 고생을 했는데 아무 성과없이 끝낸다면 더 억울한 일이 되겠기에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고시원을 나섰다.

병원에서 접수를 하자 간호사가 바로 내게 말을 한다.

“강철수씨. 대장내시경 맞죠?”

“예.”

“바로 하실 수 있으니까 어디 가지 마시고 이 앞에서 기다리세요.”

“예.”

소파에 앉아 10분 쯤 기다리니 내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철수씨!”

“예.”

“저 따라 오세요.”

어리고 귀엽게 생긴 간호사 하나가 내 앞으로 오더니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여기 누우세요.”

겨우 한 사람이 누우면 다 찰 정도로 작은 베드를 가리키며 그녀가 말하자 나는 몸을 구겨 넣듯이 구부리며 베드 위에 누웠다.

“주사 하나 놓을 게요.”

말과 동시에 간호사가 내 팔에 주사를 꽂아 넣었다.

나는 아픔보다는 다가올 상황에 더 겁을 내며 눈을 찌푸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10분? 20분?

슬슬 지루해지려고 하는 그 찰나에 뭔가 부산한 소리가 귀에 들렸고 그와 동시에 그대로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의식이 돌아오면서 처음 느낀 것은 어지러움이었다.

하지만 현기증은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마치, 꿈 한 번 꾸지 않고 단잠을 자고 난 사람처럼 몸 상태는 쾌적했다.

“강철수씨.”

“예.”

입에서 말을 토해내는데 어지러움이 조금 더 심해지며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느낀다.

“내시경 다 끝났습니다. 이제 내려오셔도 돼요.”

아스라이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집중하려 애쓰며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끝났어요?”

“예.”

사무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더 이상 누워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 다 챙기시고 3내과 앞으로 가서 기다리세요.”

“예.”

신발을 신고 일어섰을 때 현기증이 또 다시 몰려왔지만 얼른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며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3내과 앞 의자에 앉아 있으니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철수씨.”

‘어? 벌써 부르나?’

의자에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나를 부르자 나는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번에 왔을 때 30분 이상을 기다렸던 것에 비하면 무척 빨리 나를 부른 셈이다.

워낙 흔한 이름 탓에 혹시 동명이인이 있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간호사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예, 하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3내과로 들어갔다.

“강철수씨?”

전에 나를 진찰했던 그 의사가 내 얼굴을 보며 묻는다.

“예.”

“강철수씨 맞습니까?”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확인하는 의사의 얼굴을 보고 나는 갑자기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뭔가 이상했다.

처음 나를 진료했을 때는 그저 사무적이고 딱딱한 얼굴이었는데 지금 나를 보는 그의 얼굴엔 뭐랄까, 자비심이랄까, 동정심이랄까, 하는 인간 특유의 감정들이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예. 강철수 맞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이 약간 떨려나갔다.

“으음.”

내가 다시 한 번 이름을 확인해주자 의사는 나하고 눈을 맞추지 못하며 시선을 컴퓨터 모니터에만 두고 있었다.

나도 불안한 예감을 숨기지 못하고 초조한 심정으로 의사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열지 않자 의사가 할 수 없이 말을 꺼냈다.

“강철수씨. 보호자는 없나요?”

“없습니다. 저한테 말씀해 주시죠.”

될 수 있으면 평범한 어조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은 무척 긴장 되었고 심장박동은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음.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안 좋습니다.”

짐작했던 의사의 말에 나는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며 물었다.

“어느 정돈가요? 설마 죽을 병은 아니겠죠?”

그러자 의사가 비로소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죽을 병은 아닙니다.’ 이런 말을 기대했는데 의사는 말없이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순간, 내 가슴은 미친 듯 뛰기 시작했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앉아있기도 힘들 지경이 되고 말았다.

내가 얼굴을 굳히며 가만히 있자 의사가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입을 열었다.

“어쩔 수가 없군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으니... 강철수씨. 내시경 결과 대장암인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쿠쿵-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 손을 심장이 있는 부분에 대고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물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가요?”

“예. 젊은 분이어서 그런지 진행이 빨리 된 것 같아요.”

“그러면......”

“말기대장암입니다.”

멍한 상태로 내가 다시 의사에게 물었다.

“말기라면 어떻게 되나요? 수술해야 합니까?”

“음. 그게 수술이......”

잠시 망설이던 의사가 모니터를 내게로 돌리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보이시죠? 이게 암덩어리입니다.”

의사가 가늘고 긴 지휘봉 같은 걸로 화면을 가리키는데 그곳엔 주름진 내장 가운데 벌겋고 노르스름한 것들이 자리잡고 있어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여기 암덩어리가 항문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만약 수술을 한다면 인공항문을 달아야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고 이 암덩어리가 이미 직장 전체로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진행이 돼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늦은 상태라 수술을 한다 해도 생존확률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의사를 향해 내가 말했다.

“선생님 확실하게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술을 한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5프로 미만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고 그것도 높게 잡은 수치입니다. 더구나 수술을 하고 나면 인공항문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또 수술이란게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 거라 몸이 더욱 약해져서 수술을 하지 않을 때보다 수명을 단축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절대로 수술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아쉬움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 의사에게 다시 물었다.

“인공항문이란게 뭡니까 선생님?”

“보통은 항문과 가깝게 암이 있는 경우 어쩔 수없이 하는 술식인데 이걸 하게 되면 항문이 모두 제거됩니다. 그렇게 되면 배변을 결정하는 항문이 없어지게 되니까 인공으로 항문을 형성해주어야 배변이 되겠지요. 그래서 보통 옆구리쪽에 인공으로 항문을 내주고 배변주머니를 차게 되죠. 그리고 몸에서 나오는 변은 모두 그곳으로 배출이 됩니다. 이것을 하게 되면 항상 대변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합니다. 더구나 그것을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번거로움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겠죠. 하지만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생존률이 높다면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내 적지 않은 경험에 비춰볼 때 강철수씨는 수술을 한다면 인공항문보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더욱 고생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명도 더욱 단축할 가능성이 많구요.”

“수술을 하면 예상되는 수명과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살면 예상되는 수명은요.”

말을 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떨리는 것이 멈췄고 전보다 침착한 어조로 내가 현실적인 것들을 물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수치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되었는지도 봐야하고 만약 다른 곳에 전이가 되었다면 수명이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2개월에서 4개월 정도가 될 수도 있어요.”

“수술을 한다면요?”

“수술을 하고 나서 후유증으로 사망할 경우라면 사실 단 1개월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퍼져있다면 더욱 빠를 거고, 그것보다 괴로운 것은 생의 남은 기간을 전부 병원에서 보내야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고생하고 돈만 들이다 가는 거죠. 그래서 수술을 권하지 않는 것입니다.”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6개월? 아니 최악의 경우 2개월이라......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어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과장님! 밖에 환자분들 많이 기다리십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와 의사에게 말했다.

눈을 떠 의사를 보니 그는 간호사를 향해 고개를 흔들며 자기가 부를 때까지 환자를 들이지 말라고 지시한다.

나를 배려한 것이지만 내 마음은 그런 배려조차 고맙다는 것을 느낄 수가 없이 메말라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보니 한 동안 죽음 같은 정적이 실내에 깔렸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 있을 수도 없었고 그런다고 병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이곳이 지겹도록 싫어져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자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나요? 약을 먹어야 한다든가, 아니면...”

그러자 의사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약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수명을 연장시키고 싶으면 본격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철수씨 지금 상태가 항암치료로 가능한 상태가 아니어서 그런 것도 오히려 고통만 안겨주고 나중에 괜히 했다는 후회로 남을 수 있어요. 그래서 검사와 항암치료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맡기고 싶네요.”

“아까 선생님이 본인의 입장이라면, 하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라면......”

의사가 손으로 턱주변을 한 번 쓰다듬으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려운 문제네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경제적인 환경, 그리고 나이문제까지 다 다르니까요. 나라면 항암치료 받지 않고 그 동안 하고 싶어도 해보지 못했던 거 마음껏 하겠습니다. 물론 돈은 있으니까 검사 받고 항암치료 하는 게 큰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검사와 치료에 투자해야할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땅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다면 검사와 항암치료 받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 되겠죠.”

“검사하고 치료하는데 돈이 많이 드나요?”

“물론이죠.”

돈이 많이 든다는 그 말에 나는 이미 치료받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자꾸 드는 이 아쉬움은 뭐란 말인가?

“선생님. 그렇게 내 상태가 안 좋은 가요? 정말 살 수 없는 건가요?”

이 말을 하면서 울컥, 감정이 복받쳐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흑흑-

“강철수씨.”

의사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한 동안 눈물을 쏟아내던 내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쳐다보자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미안합니다.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이렇게 너무 확실하고 결정적인 것들이 눈앞에 있으니 오진이라고 해드릴 수도 없고. 정말 미안합니다.”

의사가 고개까지 숙이면서 말을 하자 나는 더 이상 여지가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의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와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기적이란 것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그 동안 하고 싶었던 것 실컷 해 보세요. 그리고 검사나 치료 받고 싶으면 또 나오시고 통증이 심해지면 진통제 처방해 드릴 테니 나오시구요.”

“예. 고맙습니다.”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3내과를 나온 나는 접수대에서 계산을 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문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차디 찬 바람이 휘잉, 하고 불어와 옷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뼈가 저리게 한기를 느끼며 다리마저 풀리자 나는 그 자리에서 어린아이처럼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오며가며 힐끗 쳐다본다.

허우대는 멀쩡한 사내가 술 취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으니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그때 멍한 정신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니 인혜였다.

“응.”

수화기 저편에서 인혜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온다.

“검사 아직 안 끝났어?”

“다 끝났어.”

“뭐래?”

“그냥......”

나는 인혜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별 거 아니지?”

“응.”

“곧 들어오겠네?”

“응.”

“그런데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참. 밥을 못 먹었겠구나? 빨리 와서 같이 점심 먹자.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오늘따라 웬일인지 인혜의 목소리가 살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엔 더욱 찬 바람만 몰아치고 있다.

“알았어. 곧 들어갈게.”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닫는데 손에 힘이 빠져 그만 휴대폰을 놓쳐버렸다.

빠직-

휴대폰이 길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들을 보자 내 몸도 머지않아 저 휴대폰처럼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거라는 생각에 가슴속이 먹먹할 정도로 시리고 아파왔다.

나도 모르게 몸을 구부려 조각난 휴대폰들을 모아 원래의 형태대로 맞춰 본다.

마치 그렇게라도 하면 내 몸에 있는 몹쓸 병이 낫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청에 돌아오자 인혜가 나에게 점심을 샀다.

그녀와 데이트란걸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자기 돈을 내 점심을 사주는 것이라 평소라면 감지덕지 얻어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왜 그래? 사형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힘이 하나도 없네.”

음식을 앞에 두고 인혜가 나에게 말하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형선고라. 그렇다. 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아니, 사형선고보다 더욱 지독한 것이다.

수십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도 사형언도를 받고 형을 집행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한데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나는 힘없이 인혜에게 웃어주고 젓가락을 들어 밥을 한 입 넣었다.

어제 저녁부터 굶은 위장에 밥이 들어가자 어서 더 달라고 뱃속이 요동쳤다.

‘시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지? 우선 먹고 보자.’

마음을 바꾼 나는 입속에 있는 밥을 꿀꺽 삼키고 앞에 놓인 돈가스를 나이프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커다란 돈가스 덩어리를 여덟 등분으로 나눈 뒤 나이프를 놓고 포크로 찍어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게걸스럽게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인혜가 웃는다.

“이제 철수씨 답네. 내 것도 더 먹어.”

인혜가 자기 몫을 조금 더 덜어주자 나는 사양하지 않고 다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나는 인혜에게 말했다.

“인혜야. 커피도 한 잔 빼와라.”

그녀가 내 얼굴을 쳐다본다.

평소엔 자신이 밥을 다 먹으면 그 즉시 내가 커피를 대령해왔으니 옛날과 반대되는 지금의 내 행동은 많이 낯설 것이다.

하지만 인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둘 빼와 나와 자신의 자리 앞에 놓았다.

후루룩-

나는 입김을 불어가며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오늘따라 커피가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다.

이렇게 맛이 있는 걸 앞으로 6개월 후면 못 마신다니......

그 생각을 하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얼른 심호흡을 하며 인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역시 다시 봐도 못생긴 얼굴이다.

내가 이 쭉 째진 눈과 낮은 코에 얼마나 적응하려 애써왔는가.

이제야 겨우 적응을 마치고 얼굴주인의 마음까지 얻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이런 변고를 당하다니.

“철수씨. 병원에서 무슨 안 좋은 말 들었어?”

내가 커피를 다 마시자 인혜가 그제야 내게 묻는다.

“왜?”

내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니. 어쩐지 철수씨 얼굴에 힘이 없는 것도 그렇고, 행동도 전과 많이 달라보여서.”

‘그래. 머리가 영리하니 눈치도 빠르구나.’

속으로 생각했지만 인혜에게 사실대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아니. 크게 안 좋은 것은 아니고 약간.”

내가 얼버무리자 인혜가 파고든다.

“약간이면 안 좋긴 하잖아? 장내시경 했다면서, 장염이래?”

“응. 잘 아네. 장염 맞아.”

나는 더 이상 설명하기 싫어 그녀가 넘겨짚은 대로 말해버렸다.

“장염이면 나도 앓아봐서 아는데 음식 조심해야해. 잘 못하면 고질병으로 되는 수도 있으니까.”

인혜는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는 그녀의 말이 더 이상 듣기 싫었다.

이젠 나와 아무런 상관 없는 여자가 돼버렸으니까 말이다.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여자는 내가 몸이 건강했을 때 앞날을 설계하며 꿈꾸던 여자이지, 몸에 병이 들어 시한부생명을 살게 된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였다.

“저기 인혜야. 다 먹었으면 들어가자. 내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라서.”

“응. 그래.”

계산을 끝낸 인혜가 이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는데 평상시라면 크게 웃음이라도 터뜨릴 일이었다.

평소에 항상 내가 그녀의 눈치를 봐 왔는데 지금 서로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시청에 돌아온 나는 도저히 일할 기분이 나질 않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조퇴를 했다.



고시원에 돌아와서 이불을 깔고 누웠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안정이 되질 않아 몇 번을 일어났다 누웠다, 를 반복했다.

그러다 도저히 술이라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참. 휴대폰을 깨뜨려먹었지.’

휴대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먼저 휴대폰을 파는 가게로 갔다.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하나 새로 하려는 데요.”

“네 손님. 저희 매장에 좋은 휴대폰 많습니다.”

젊고 잘생긴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자 나는 그에게 물었다.

“공짜로 주는 휴대폰 없나요?”

“음. 그 전에 무슨 통신사를 이용하셨나요?”

“oo통신사요.”

“그러면 **통신사로 바꾸세요. 50만원짜리 휴대폰을 무료로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요? 다른 제약은 없나요?”

“예. 처음 두 달만 약정비로 1만원씩 매월 내시면 됩니다. 그밖에 다른 제약은 없으니까 안심하시고 쓰셔도 됩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죠. 참. 그 전에 쓰던 번호는 그대로 쓸 수 있나요?”

“그것은 확인해 봐야 됩니다. 전에 쓰시던 번호를 불러주시겠습니까?”

내가 번호를 불러주자 청년이 확인해 보고 내게 말했다.

“어쩌죠? 전에 쓰시던 번호는 사용할 수가 없겠는 데요. 대신 월 1만원씩 내시면 전에 사용했던 번호로 누가 전화를 걸어도 새 번호로 자동 연결이 가능합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 자동연결을 거부했다.

한 달에 1만원이란 돈이 아까워서인데 죽음을 앞두고서도 거지근성을 버리지 못한 내가 씁쓸했지만 이미 몸에 굳어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그리고 이전 휴대폰 번호에 미련 같은 것도 없다.

이제껏 고아로 살아와 특별하게 친분을 맺은 사람도 없었고, 아니, 이렇게 죽음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아는 사람들과는 오히려 연락을 끊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번호가 바뀐 게 차라리 잘 된 것이다.

새 휴대폰을 얻으면 전에는 다시 태어난 것처럼 기분이 새로워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 휴대폰 가게를 나서는 내 마음은 걸음을 떼면 뗄수록 오히려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7시다.

식사할 때가 되었지만 밥보다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동안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사방이 술파는 곳이다.

횟집을 갈 까, 고깃집을 갈까 망설이다 결국 돈이 아까워 실내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포장마차여서 그런지 아직 실내에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삼십 대 중반쯤 돼 보이는 아줌마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한 눈에 쓰윽 둘러봐도 넓지 않은 공간이다. 손님이 없어도 썰렁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나는 빈 자리 하나를 잡고 앉았다.

“뭐 드실 래요?”

여자가 묻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 붙어 있는 메뉴를 보다 내가 물었다.

“오삼불고기 맛있어요?”

“어머. 내가 제일 잘하는 건데 드셔보세요. 여기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예요.”

“그럼 그걸로 하나 주시고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자가 물러가자 나는 습관적으로 돈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삼불고기가 만오천원에 소주가 삼천원이면 합이 만팔천원...’

계산을 하다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이제 곧 죽을 병에 걸렸으면서도 이렇게 돈에 미련을 못 버리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철수야. 이 놈아. 이 찌질한 놈아. 넌 왜 그렇게 사냐?”

작은 목소리로 스스로를 힐책하며 다시는 돈 문제로 머리 쓰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있는데 여자가 소주 한 병과 기본 안주를 놓고 갔다.

마개를 열고 소주를 따라 먼저 한 잔을 원샷으로 마셨다.

‘......!’

빈 속에 식도를 타고 흐르는 소주의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오이를 하나 손으로 집어 된장에 찍고 씹어 먹었다.

아삭-


이렇게 음식이 맛이 있는데 어떻게 말기암일 수가 있는 걸까?

순간, 의문이 들었다.

말기암이라면 최소한 입맛이 없다거나 몸에 힘이 떨어진다거나, 감기에 잘 걸린다거나, 등등 이상징후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는 항문 쪽에 통증을 느끼는 거 말고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을 떠올렸다.

건강이란 절대로 자신할 수 없는 것.

허약체질에 병을 달고 살아도 80, 90까지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병원 한 번 가보지 않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말.

내 경우는 후자인 셈인가?

“후후.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가는 인생이군.”

자조섞인 웃음을 짓다 나는 다시 소주를 한 잔 따랐다.

이번엔 한 잔을 아주 천천히 나눠 마시며 지나온 일들을 생각했다.

나이 스물여섯이면 많이 살았다고 할 것 없는 인생이다.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는 고아원에서 고생하고 바로 군대에 가서는 특전대로 빠져 좆뺑이 치며 고생했다.

그리고 제대하고 나서부터 정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시청에서 근무했던 몇 년도 온갖 잡일에, 국장 시다바리 역할을 하느라 지금까지 시간을 다 보냈으니 정말로 좆같은 26년이 아닌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좋았던 경험을 대보라면 재대하고 사창가에서 돈으로 창녀를 산 일과 엊그제 인혜와 고시원에서 있었던 일 정도랄까?

사춘기를 맞으면서부터 끊임없이 솟아나는 여자에 대한 욕구를 분출했던 것이 딱 그 두 번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두 번 모두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경험이었다.

특히 창녀와의 경험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 딴에는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간 곳이었는데 내 물건을 보던 창녀가 온갖 짜증을 다 부렸던 것이다.

‘아저씨 물건이 너무 커서 아프다느니, 그렇게 큰 거 받으면 보지 다 찢어지고 앞으로 장사 힘들다느니, 그러면서 팁을 요구하는데 내가 끝까지 팁을 주지 않자 끝날 때까지 계속 씨부렁거리며 불평을 그치지 않았다.

정말 재수 없는 첫경험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혜와의 경험은 좋았다.

비록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인혜의 입속에서 사정했던 경험은 아주 짜릿하고 황홀했던 것이다.

인혜의 얼굴을 떠올리니 씁쓸한 것이 치밀어 오른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던 여자라 이젠 그녀와 얼굴 마주할 일도 없을 것이었다.

남은 술잔을 한 입에 털어놓으며 생각했다.

내 인생을 이대로 마감해도 좋은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억울했다.

내가 이 젊은 나이에 요절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단 말인가?

문득 통장 잔고에 생각이 미쳤다.

이천육백칠십만원의 잔고.

내가 고작 삼천만원도 못되는 돈을 모으려고 이 젊은 날을 고생하며 흘려보냈던가.

“씨팔. 니기미.”

한 동안 쓰지 않았던 쌍욕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대상도 없는 분노가 끓어올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때 마침 술집주인이 주문했던 오삼불고기를 들고 내 앞으로 왔다.

“아유. 그렇게 빈속에 마시면 금방 취해요. 여기 안주 왔으니까 안주에다 들어요.”

“예.”

나는 여자에게 마음에도 없는 미소를 지어주고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음. 맛 있네요.”

내가 칭찬하자 여자가 웃는데 입가에 주름이 깊게 지는 걸로 보아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뭐 부족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손님이 나뿐이어서 그런지 여자가 유난히 친절하게 구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아 나는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

“아주머니. 한 잔 하실 래요?”

“호호. 장사 끝날 때면 하겠는데 이제 시작이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자가 내 앞에 앉아 잔을 내민다.

내가 술을 따르자 여자가 나를 보며 웃었다.

“손님 받아야 하니까 한 잔만 마실 게요.”

그러면서 한 입에 소주를 털어 넣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다.

술을 즐겨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술이 당긴다.

“어머. 잔이 비었네. 한 잔 드릴 게요.”

여자가 내 빈 잔에 술을 채우는데 문을 열고 남자 손님 둘이 들어왔다.

그러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어. 따뜻하다. 안녕하세요.”

“어머. 또 오셨네요?”

내가 힐끗 쳐다보니 사십 대 초반의 두 남자는 주인여자와 안면이 있는 듯,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니 제집 안방처럼 자연스럽게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러자 여자는 그때부터 두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소주만 마셨다.

나는 뜨내기요 저쪽은 단골손님이니 여자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잔, 두잔, 하던 것이 어느새 한 병을 비웠고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이제 얼큰하게 취기가 느껴지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더 비우자 이젠 말기암이란 것도 그다지 나를 두렵게 하지 않았다.

뭐, 인생 어차피 한 번 왔다가 가는 것은 정해진 이치가 아닌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니 조금 일찍 간다고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것저것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데 그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소주 세 병째를 시킬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시간을 보니 저녁 9시.

전에는 술을 이 정도까지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술을 마시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돈때문이었는데 이제껏 단 한 번도 내 돈을 들여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고 술을 마실 때면 공식적인 회식자리나 다른 사람에게 술을 얻어먹을 때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도 없고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하고 여차하면 죽을 때까지 마셔보는 거지 뭐.

“이제부터 다르게 살 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리다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그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있다 그들이 내 옆자리에 앉자 나는 무심결에 그들을 보았다.

한 명은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십 대 후반의 사내였고 다른 하나는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런데 둘 다 외모가 괜찮았다.

남자도 훤칠한 키에 잘생긴 편이었고 여자 또한 하얀 피부에 도시적인 얼굴이 꽤나 호감을 주는 상이었다.

남자가 나와 가까운 쪽의 의자를 빼주자 그곳에 여자가 먼저 앉았다.

순간 콧속으로 화장품 냄새가 확 침범해 들어오면서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서 뭔가 끓어올랐다.

“호호. 김대리님. 여기 어때요?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가도 되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하는데 말끝에 애교가 뚝뚝 묻어나왔다.

“하하. 나는 좋아요. 어차피 간단하게 한 잔 마시기로 한 거니까 이런 데가 좋지. 그런데 윤정씨는 괜찮아요?”

“저도 이런 분위기 좋아해요.”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소주 한 병과 간단한 안주를 시킨 뒤 얘기를 나눴다.

자리가 붙어 있는 관계로 나는 싫어도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내용으로 봐서 둘은 직장 동료로 남자가 여자보자 직급이 조금 위인 것 같았다.

아마도 회사에서 회식을 마치고 여자가 집에 가는 것을 남자가 바래다주는 것 같았다.

이 포장마차는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들른 것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걸로 봐서 이제 막 사귀려고 하는 단계인 것 같았다.

병이 거의 다 비워질 무렵, 옆자리의 사내가 일어나 주인여자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딥니까?”

“어쩌나? 화장실 가려면 빙 돌아가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여기 키를 가지고 건물을 한 바퀴 도셔야 해요.”

“예.”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옆에 앉은 여자가 휴대폰을 열고 어디론가 통화를 한다.

“오빠. 나야... 응? 아. 회식이 아직 안 끝나서 전화 못 받았지. 오빠.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여자의 통화내용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어장관리라는 건가?’

지금 여자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진짜 여자의 애인인 것 같았다.

그리고 화장실에 간 남자는 아마도 조건이 좋아 여자가 잡아두려는 모양이다.

“아이. 알았어. 곧 집에 들어 갈 거야. 집에 가서 통화할게. 응.”

간드러진 목소리로 전화를 끝내고 여자가 또 어디론가 통화를 한다.

“응. 내가 통화도 하지 말고 문자도 보내지 말라고 했지. 왜 그렇게 날 괴롭히는 거야. 끝났으면 쿨하게 헤어지자고.”

아마도 이 사람은 전에 사귀던 사람인데 끝내고서도 여자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엉기는 사람인 모양이다.

‘참. 예쁘면 인물 값 한다더니......’

내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는데 화장실 갔던 남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여자는 얼른 휴대폰을 끄고 태연하게 앉아 남자를 맞았다.

“호호. 춥죠?”

여자가 뼈라도 녹일 정도로 상냥하게 대하자 남자도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오늘 날씨 아주 좋은데요. 바람도 안 불고 봄 날씨 같아요.”

“그래요? 다행이네.”

“왜요?”

“김대리님 이제 집에 가셔야 하는데, 따뜻하게 가시라고요.”

“하하. 윤정씨는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곱네요.”

옆에서 객관적으로 듣고 보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엊그제 내가 인혜에게 아부하며 했던 말들은 이보다 훨씬 더했다는 것을 이내 깨닫고 속으로 쓴 웃음만 지었다.

“너무 늦었는데 김대리님 집에 들어가셔야죠.”

여자가 일어날 의사를 밝히자 남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야 괜찮지만 윤정씨 늦게 들어가면 부모님께 혼난다고 했으니까 이만 보내드려야겠죠?”

남자가 매너 있게 대꾸하며 계산을 했다.

“아주머니. 잘 먹었습니다.”“다음에 또 올 게요.”

두 사람은 주인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주인여자가 두 사람을 배웅하는 순간, 나는 수저통에서 젓가락 하나를 몰래 빼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여자에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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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한마디....

제가쓰고있는 "소피아의 끝내주는 야~~한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을 꿈꾸는 32살에 딸하나 있는 돌싱 작가 한 지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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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넙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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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이야기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2부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2부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변의를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박 이틀 동안 큰 볼 일을 보지 못했던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

변기에 앉아 아랫배에 힘을 주니 밀렸던 똥이 점점 항문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

순간, 아랫배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외과의가 수술하는 날카로운 메스로 창자의 일부를 갈라놓은 것 같은 통증이었다.

그와 동시에 대변과는 다른 이물질이 함께 아래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뒤따랐다.

“으음!”

하지만 오래 묵혔던 찌꺼기들이 항문을 열고 밖으로 배출되는 시원함에 나는 통증도 잊고 기쁨에 찬 신음소릴 입밖으로 토해냈다.

또 한 번의 배출이 있고 난 뒤 나는 화장지를 뜯어 밑을 닦았다.

그리고 화장지에 묻은 배설물의 흔적을 보던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니! 이게 뭐야?”

화장지엔 배설물 대신 온통 새빨간 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그 아찔한 색조에 놀란 나는 화장지를 눈앞 가까이 대고 자세히 살폈다.

‘......!’

대변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핏덩어리만 시야를 가득 메우자 불현듯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설마...... 죽을 병은 아니겠지?”

나 자신에게 되묻듯 중얼거렸다.

최근 몇 년 동안 변비로 시달려 왔기 때문에 치질이 분명한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보니 다른 좋지 않은 생각도 든다.

이십 중반을 살면서 이제껏 남들 다 걸리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고 병원 신세도 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건강체질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현상이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도 병원이란 데를 가야 하나?”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골이 지끈지끈 쑤시는 것 같다.

그 동안 병원신세 질 일이 없어 건강보험에도 들지 않았다.

시청에 근무하지만 아직 계약직이고 정식 직원이 아니어서 지역으로 건강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돈이 아까워 끝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이런 일이 생기다니......

돈이 아깝긴 했지만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닌 것 같아 나는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난 뒤 나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청으로 출근했다.

역시 사무실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텅 빈 사무실을 한 번 둘러 본 뒤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자 수영이 나타났다.

“오빠. 안녕. 오늘은 나보다 먼저 출근했네?”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 하는 이 아이의 이름은 김수영.

나와 똑같은 임시 계약직으로 이번 3월 달에 시청에 들어왔다.

올 해 초 여고를 졸업한 스무 살의 꽃다운 아가씨로 외모 또한 어디에 내 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수준급인 데다 처음 나를 본 순간부터 오빠라고 부르며 극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나 또한 나 좋다고 따르는 수영을 싫어할 리 없다. 아니 만약 인혜란 먹잇감이 없었다면 바로 수영이와 교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내 결혼상대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학벌이야 나와 같은 고졸이니까 상관없고 얼굴과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집이 가난하다.

아버지는 죽고 홀어머니 밑에서 여동생 둘을 돌보며 살고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장래가 없는 것이다.

반면 인혜는 명문대학 졸업에 시청 공무원, 그리고 아버지는 대기업 이사로 집도 부자다. 하루 데이트로야 수영이가 훨씬 낫겠지만 평생 동반자로는 인혜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녀의 호감만 받고 어느 선 이상은 절대로 수영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만약 수컷의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수영을 건들었다가 인혜에게 들키는 날이면 그야말로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셈이니까.

“주말은 잘 보냈니?”

내가 평소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자 잰 걸음으로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수영이 웬일이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오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니. 그 반대다.”

“안 좋은 일?”

“응.”

“왜?”

“몸이 좀 불편해.”

“어디?”

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망설였다.

똥구멍이 찢어져 무진장 피를 흘렸다고 말 하기가 쪽 팔린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으응. 배가 아파서.”

똥을 누면서 배가 아팠던 것은 사실이다.

“많이 아파?”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수영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녀석에게 전보다 큰 호감이 느껴진다.

“아니. 많이 아프진 않은데 검사는 받아봐야 할 것 같아.”

“그래? 오빠가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다니. 많이 아프긴 한 가 보네.”

“그래서 말인데. 이 근방에 어디 좋은 병원 없냐? 내가 이쪽으로는 워낙 무관심하게 살아서 아는 병원이 있어야지.”

“음. 배가 아프다면 내과로 가야겠는데, 여기서 조금만 가면 괜찮은 내과가 있어.”

“그래?”

나는 반색하며 수영에게 병원의 이름과 약도를 받았다.

“나. 병원에 갔다 올 테니까 수영이 네가 내 일까지 좀 처리해 주라. 혼자 하기 힘들면 휴대폰으로 연락하고.”

수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오빠는 검사나 잘 받고 오셔.”

밝게 웃는 수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이 그녀의 머리를 향했다.

“그럼 부탁하자.”

수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내가 말하자 그녀가 품에 안길 듯 가깝게 몸을 붙여왔다.

‘......!’

풋풋한 처녀의 체취가 코를 찌르자 하체가 불끈 요동을 쳤지만 그와 동시에 인혜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수영의 몸을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병원은 엄청 붐볐다. 대기실 의자엔 사람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었고 여기저기 가운을 입은 간호사들이 보이는데 그 숫자도 꽤 많았다.

“우리 병원 처음이신가요?”

순서가 되어 접수대에 서니 아주 예쁘게 생긴 간호사가 생글거리며 내게 묻는다.

“예.”

여기 병원 뿐 아니라 병원이란 자체가 처음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참았다.

“보험카드 주세요.”

“카드 없는 데요.”

“아. 그러면 주민등록번호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기. 보험카드를 만들지 않았는데.”

간호사가 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마치 외계인이라도 보는 양 생경한 표정이다.

나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와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했다.

“카드 없으니까 그냥 일반으로 해 주세요.”

“아. 알았습니다.”

내 굳어진 얼굴을 보고 간호사는 얼른 평소의 웃는 얼굴로 돌아와 차트에 내 이름과 나이 등을 적었다.

“저쪽 3내과에 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간호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3내과로 갔다.

그렇게 또 30분을 기다렸다.

“강철수님!”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하자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손짓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강철수씨?”

의사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예. 오늘 아침에 혈변을 보셨다고?”

차트에서 눈을 떼며 의사가 나를 향해 묻자 나는 그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사십 대 후반 정도나 되었을까?

반백의 머리에 잘 생긴 얼굴은 말 할 것도 없고 말하는 태도나 모든 것에 관록이 묻어 있어 그에게서 뭔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괜히 주눅이 든 나는 더듬거리며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음. 환자분 말만 듣고는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합시다.”

의사의 말에 나는 돈부터 떠 올렸다.

“저기. 제 생각엔 치질 같은데요. 그래도 내시경을 해야 할 까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의사가 내 얼굴을 쳐다보다 처음 사무적이던 때와 달리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나도 환자분 말씀처럼 치질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혈변으로 내원한 환자분들을 검사하다 보면 의외로 치질이 아닌 경우도 가끔 있는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 심각한 병에 걸려 있는 것을 많이 봐 왔어요.”

의사의 말을 듣자 갑자기 겁이 났다.

“심각한 병이라면......?”

“소화기 계통에 발생하는 병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자세하게는 설명할 수 없지만 베쳇 병이랄지, 악성 용종 같은 것이 생겼을 수도 있고 드물지만 진행된 대장암인 경우도 꽤 경험했었죠.”

다른 것은 잘 모르겠는데 진행된 대장암이라는 말이 걸렸다.

‘암일 수도 있다고?’

이 의사가 지금 검사 받게 하려고 나를 겁주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치질이라 해도 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 치질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됐는지 봐야 하고 그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서 수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약물로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내시경을 받겠습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 나가보라고 하자 나는 다시 접수대로 갔다.

“내시경 하시기로 하셨네요?”

간호사가 여전히 생글거리며 말하는 것을 보자 나는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수면내시경으로 하실 거죠?”

“수면내시경?”

“예.”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냥 내시경 하시면 너무 고통스러우세요. 경험해 보신 분들 말 들어보면 위내시경보다 장 내시경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들 하시니까 수면으로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눈앞에서 생글거리며 말하는 간호사 앞에서 나는 더 이상 토를 달고 싶지 않아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좋습니다. 수면내시경으로 하죠.”

“마침 내일 아침에 빈 시간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부터 금식하시고, 주의사항 읽어보시고, 약 드시고, 내일 아침 9시까지 오세요.”

“알겠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 들고 나는 시청으로 돌아왔다.

사무실엔 전 직원이 나와서 활기차게 근무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왠지 나만 딴 세상에 여행을 갔다 막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먼저 인혜의 모습을 찾았다.

‘......!’

역시 자기 자리에 얌전히 앉아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이내 내 마음도 풀려 발걸음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몰래 다가가 그녀 옆에 서자 그녀가 갑자기 난 인기척에 놀라 얼른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어머!”

놀라면서도 나를 보는 그녀의 얼굴에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수영이가 그러던데. 병원 갔다면서?”

“응.”

“많이 안 좋은 거야?”

인혜의 얼굴에 걱정하는 빛이 완연하다.

그녀가 많이 걱정 할수록 그와 반대로 내 기분은 더 좋아진다.

그녀가 나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오늘 아침에 배가 아파서 검사만 받고 왔지.”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인혜가 작게 한숨을 내 쉰다.

“후. 걱정 했잖아. 평소 건강이라면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철수씨가 아프다고 병원엘 가다니.”

“하하. 인혜가 걱정해 주니까 이젠 하나도 안 아파.”

내 목소리가 조금 컸는지 인혜가 질색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철수씨!”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도 내겐 기쁨으로 다가온다.

“오빠.”

문득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수영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응.”

내가 대꾸하자 수영이 인혜의 얼굴을 한 번 힐끗 보더니 곧바로 내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병원 잘 다녀왔어?”

“그래. 그 동안 별 일은 없었지?”

“응. 검사결과는?”

수영이 관심을 갖고 묻자 나는 먼저 인혜의 기색을 살폈다.

‘......!’

역시 수영의 나에 대한 관심이 달갑지 않은지 인혜의 얼굴은 조금 불쾌한 기색으로 변해 있었다.

수영이 진작부터 나에게 들이 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특히 수영이 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교를 부리고 아양을 떨 때 더 기분 나빠 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에게는 그런 싹싹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인혜의 기색을 살피던 나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수영에게 사무적인 태도를 취했다.

“괜찮아.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갑자기 무뚝뚝하게 변한 나를 보고 수영은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본연의 쾌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장님이 찾으셔.”

“나를?”

“응.”

수영의 말에 나는 얼른 인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국장님이 찾으신대. 가 볼게.”

인혜가 내 행동에 기분이 풀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내왔다.



똑똑-

“들어와요.”

문을 열고 국장실로 들어가자 이병국 국장이 반색하며 나를 반겼다.

“어서 와라. 병원 갔었다며?”

“예!”

나는 먼저 공손하게 인사부터 한 뒤 그의 얼굴을 보았다.

이병국 국장.

나이는 사십에 그저 흔히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다.

겉으로만 보면 그가 그토록 뛰어난 수재란 사실을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평가할 게 못 된다.

“배가 아파서 잠깐 다녀왔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네가 오늘 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

국장에게 있어 내 건강문제는 강 건너 불이었다.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이다.

나도 그의 이런 행동이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우리집에 좀 다녀와야겠다.”

“국장님 집에요?”

“응. 집사람이 침대며 가구를 옮기는데 힘 쓸 사람이 필요하다는구나.”

“예. 당연히 제가 가야죠.”

내가 싹싹하게 말하자 국장이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줄어든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갈 까요?”

“뭐 급한 일이라도 있냐?”

“아닙니다. 잡다한 일이 좀 있는데 수영이가 맡아 하면 되니까 저는 언제라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가라. 집사람 말로는 할 일이 꽤 많은 것 같으니까 가서 일 보고 바로 집으로 퇴근해.”

“예.”

“참. 그리고 우리집 이사한 뒤론 못 가봤지?”

“예.”

“약도 그려줄 테니까 그 거 보고 찾아 가도록.”

“예. 국장님.”

나는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충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국장이 준 약도대로 내가 찾아간 곳은 강남 도곡동에 있는 00아파트였다.

정문에 들어서자 경비원이 먼저 나에게 묻는다.

“방문하실 겁니까?”

“예. 여기 1208호 방문입니다.”

“주민등록증을 맡기세요.”

“예?”

나는 말문이 막혀 경비원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무슨 아파트 한 번 방문하는데 주민등록증까지 맡기라한단 말인가.

경비가 내 얼굴을 보며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친절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여기 아파트 방침이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속으로 기분은 나빴지만 방침이 그런 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주민등록증을 그에게 주자 그가 장부에 뭔가 기입하고 이내 인터폰을 들었다.

“네. 사모님. 알겠습니다.”

그가 통화를 마치고 나에게 말했다.

“올라가십시오.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일부러 드러내듯 그에게 수고하라는 인사조차 건네지 않고 그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12층에서 내린 나는 1208호를 확인하고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재빨리 대답했다.

“국장님이 보내서 온 강철수입니다.”

“오. 잠시만 기다려요.”

반갑게 대답하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문이 열렸다.

‘......!’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여자가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어서 와요 철수씨.”

하마터면 넋을 잃고 쳐다볼 뻔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사모님.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항상 그렇지 뭐. 철수씨 한 3개월 만에 보는 건가? 더 미남 됐네.”

인사치례로 하는 말일 테지만 왠지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수줍어하자 그녀는 더 밝게 웃으며 나를 안으로 들였다.

“들어와요. 여긴 처음이죠?”

“예.”

안으로 들어와 거실을 한 번 훑어보며 내가 감탄사를 발했다.

“와. 아파트가 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넓네요.”

“그렇지? 전에 살던 데는 42평인데 여긴 70평이니까.”

거실만으로도 국장의 아파트는 나 같은 서민의 기를 팍 죽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마도 아방궁이 이러했을 것이다.

족구를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는 집기들.

tv나 컴퓨터 등 가전제품들은 말할 것 없고 집기 하나하나가 전부 초호화판이었다.

그때 안에서 조그마한 강아지가 내게로 달려오며 짖어댔다.

왈왈-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폼이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캔디.”

내가 이름을 부르며 무릎을 굽히자 강아지가 꼬리를 더욱 세게 흔들며 내게로 안겨왔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대견해 나는 강아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가 내게 말했다.

“캔디가 낯선 사람은 경계하는데 철수씨는 아주 반가워하네.”

“하하. 저번 캔디가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동물병원에 데려가 낫게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우리 캔디.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그녀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강아지를 보자 나는 강아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서 강아지를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과 내 손이 아주 약간 닿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호호. 우리 이쁜 캔디.”

그녀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다 마침내 코에 입까지 맞춘다.

나는 그녀가 강아지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그 순간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얼굴을 마음껏 감상했다.

‘......!’

자연스럽게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과 오똑하게 솟은 코,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볼륨 있는 입술과 갸름한 얼굴선까지.

요즘 브라운관에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는 최고 여자스타보다 절대로 뒤지지 않을 굉장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더구나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s라인의 몸매까지, 나는 이 순간 그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강아지가 엄청나게 부러워졌다.

이런 미녀에게 사랑의 눈길을 받는다면, 아니 입맞춤까지 받는다면 그 기분이 어떠할까? 정말 더 이상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강아지를 내려놓자 나는 얼른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내 정신 좀 봐. 손님을 앞에 두고 차도 한 잔 내놓지 않다니. 철수씨. 차 뭐 할래요?”

“아, 아닙니다.”

나는 당황하여 손까지 저으며 사양했다.

내가 무슨 손님이란 말인가? 그저 심부름을 하러 온 국장의 종놈일 뿐인 것을.

하지만 그녀는 항상 이렇게 나를 인격적으로 대해준다.

국장의 심부름을 한다고 해서 단 한 번도 나를 무시하거나 반말을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더욱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물론 올라갈 수 없는 나무요, 그림의 떡이지만 말이다.

“아! 철수씨 많이 바쁜데 부탁을 한 건가? 일 마치고 빨리 가봐야 해요?”

“아닙니다. 국장님이 여기 일 마치면 바로 퇴근해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오늘은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그럼 됐네. 천천히 차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여유 있게 일하다 가요. 네?”

마지막은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말하는데 그만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아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네. 알겠습니다.”


“뭐 할래요? 차 종류는 많으니까 마시고 싶은 거 있음 얘기해요.”

“그냥 커피 마시겠습니다.”

“네에. 곧 준비하겠습니다.”

마치 커피전문점에서 알바하는 여학생이 서빙하는 제스처로 그녀가 꾸벅 인사까지 하고 주방으로 가자 나는 그녀에게 더욱 호감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비록 농담식이지만 자신을 낮춰가면서 하는 그녀의 이런 행동들 모두는 내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국장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국장이었지만 나에겐 젊음과 건강이 있었기에 그와 비교 같은 것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저 멋진 여자를 보니 그녀와 함께 살을 부비고 살아가는 국장이 부러워진 것이다.

그리고 국장에 비해 여자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장과 8살 차이가 지니까 그녀의 나이는 이제 32살이다.

나보다 6년 연상이지만 워낙 예뻐서 그런지 30대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았고 나랑 같이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나와 동갑쯤으로 볼 것이다.

“크림하고 설탕은 어떻게 할 까요?”

여자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묻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달게 마시는 편이라서 둘 다 좀 많이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여자가 건네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정말 향과 맛이 일품이네요.”

내가 감탄사를 발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우리집에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커피로 준비했으니까.”

‘......!’

말없이 웃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은 그녀에 대한 감사가 절로 넘쳐흘렀다.

나 같은 놈이 뭐라고 이토록 배려해 주는 걸까.

그냥 국장이 나를 대하듯 개무시해도 내 입장에선 전혀 불평할 수 없는 처지인데 말이다.

나는 그녀에 대한 감사를 일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오늘 할 일이 뭔 가요?”

“아이. 시간 많다면서. 커피 마시고 좀 쉬었다 천천히 해요.”

사모님이 나를 향해 눈웃음을 치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려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여자가 내게 일감에 대해 말했다.

“먼저 안방에 있는 침대와 서랍장을 좀 옮겨야겠어요. 이사할 때 포장이사에 모두 맡겼는데 아무래도 위치가 마음에 안 들어요.”

“예.”

그녀의 안내를 받아 나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 역시 침대며 옷장, 서랍장, 화장대등 집기들이 많았고 하나같이 고가품들이었지만 공간이 넓어서 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겨울이라 침대를 빛이 들어오는 쪽, 이쪽으로 놓고 서랍장은 이쪽, 화장대는 이쪽으로 놓고 싶은데 철수씨 생각은 어때요?”

내 생각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겠지만 나는 성의껏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모님이 환하게 웃자 나도 따라서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나도 좀 거들 게요.”

그녀가 도우려하자 나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녀를 밀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사모님이 도우시면 오히려 방해만 되니까 거실에서 쉬고 계십시오.”

“그래도. 침대나 서랍장이 꽤 무거울 텐데.”

“하하. 다 요령이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일 보세요.”

내가 자신있게 말하자 그녀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방을 나갔다.

나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킹사이즈의 넓은 침대를 먼저 옮겼고 그 다음은 서랍장이었다.

서랍장을 옮기고 나자 그녀가 점심을 시켜주었다.

중국집에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은 다음에 나는 나머지 일을 마무리 지었다.

“고마워요. 무거운 것들인데 허리 안 아파요?”

사실 힘들고 허리도 아팠다.

하지만 그녀가 예쁜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가득 담아 말하자 내 몸은 금방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하하. 괜찮습니다. 젊디 젊은 놈이 이런 것 하나도 못하면 안 되죠. 또 다른 일 없습니까?”

그러자 여자가 머뭇거린다.

“서재에 있는 책장도 좀 옮겨야 하는데.”

“그렇습니까? 서재로 안내해 주세요.”

내가 전혀 싫은 기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하자 사모님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나를 서재로 안내했다.

서재엔 다섯 개의 책장이 있었고 그 책장마다 수많은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왠지 부조화스럽지 않아요?”

그녀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그렇죠?”

“예. 하지만 나는 미적 감각이 없어 어떻게 배치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사모님이 제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나는 이미 그녀가 책장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쳐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먼저 옮기겠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구체적으로 책장의 위치를 잡아주었다.

나는 그때부터 책장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번 일은 안방보다 더욱 힘이 들었다.

책장도 큰 데다 책들이 다 꽂혀있었기 때문에 무게를 줄이려면 책을 모두 책장에서 빼 놓고 옮겨야했고 그 다음에 책을 원래대로 꽂아놓아야 책장 하나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다섯 번이나 해야 했으니까 반복되는 단순노동의 고통이 마지막 책장을 끝낼 즈음에 나를 완전히 기진하게 만들었다.

“아휴. 철수씨. 얼굴에 땀 좀 봐.”

일을 모두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사모님이 내 얼굴을 보고 놀라 소리친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내 몸과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돼 있는 상태였다.

농땡이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 결과였고 그것이 그녀에게 무척 미안함을 안겨주었나 보다.

“안 되겠어요. 얼른 화장실로 가서 샤워해요.”

“아, 아닙니다. 집에 가서 하면 됩니다.”

내가 사양했지만 사모님은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대로 밖에 나가면 감기 걸려요. 샤워하고 몸 좀 식히고 가도록 해요.”

그녀가 내 손목을 잡고 끌자 나는 당황하여 그냥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손에 잡힌 손목에 온 신경을 쓰며 걷다보니 어느새 화장실 앞이었다.

“얼른 들어가서 샤워해요.”

그녀가 손목을 놔주고 대신 내 등을 떠밀자 나는 어쩔 수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땀에 젖은 옷들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된 나는 우선 거울 앞에 섰다.

‘......!’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몸매를 보자 갑자기 자신감이 솟았다.

‘그래. 아직은 이렇게 젊고 건강한 몸이 있으니까 살만한 인생인 거야.’

샤워기를 틀고 물줄기를 맞다가 내친 김에 비누칠까지 할 요량으로 샤워기 중간에 놓인 비누를 집어 들었다.

먼저 머리를 감은 뒤 온 몸에 비누칠을 했다.

특히 자지와 부랄 두 쪽에 신경을 써서 문지르자 자지가 튀어 올라 위용을 자랑한다.

어제 인혜의 도움으로 한 번 배출을 시켰지만 젊은 육체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고 분출대상을 찾아 꺼떡거리고 있었다.

쏴아-

물을 틀어 자지를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물소리 때문에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사모님이 새 속옷을 가져다주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순간 짓궂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나는 얼른 쏟아지는 물줄기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자지는 문쪽으로 향하게 하고 열심히 얼굴을 물로 씻었다.

잠시 후 내 의도대로 문이 열리고 사모님의 얼굴이 보였다. 물론 나는 머리에 물을 맞으면서 실눈을 뜨고 몰래 보고 있었다.

사모님의 시선이 내 상체에 잠깐 머물다 곧바로 아래로 향하더니 내 자지를 보았다.

나는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샤워에 여념이 없는 척 했다.

내 자지를 보던 사모님의 두 눈이 크게 떠지며 입이 벌어지는 것이 내 눈에 분명히 보였다.

순간 짜릿한 기분이 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자지도 주인의 기분을 따라 흥분하며 점점 위로 올라갔다.

사모님은 목석처럼 굳어져 그 모습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보고 있었다.

‘여기까지다.’

나는 그 이상 진행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푸드득-

머리를 한 번 세차게 털고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 뒤 눈을 떠 사모님을 보았다.

‘......!’

두 사람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자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자지를 두 손으로 가렸다.

“사모님.”

“아. 속옷을 주려고 노크 했는데. 철수씨가 못 들었나 봐요.”

사모님도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말한다.

“아. 물소리 때문에 못 들었습니다.”

“여기 놓고 갈 테니까 갈아입어요. 새것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사모님은 느릿하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아 비눗물을 완전히 제거하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가기 전에 시선을 아래로 돌려 내 몸을 흘낏, 보던 그녀의 홍조 띈 얼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목줄을 쥐고 있는 이병국 국장의 와이프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감행했는데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병국 국장.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부류의 인물.

태어나면서부터 재벌집 아들로 태어났고 탁월한 머리로 젊은 나이에 입신양명한 수재이다. 남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될까 말까한 직위를 벌써 사십에 이루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전도가 양양해 서울시장은 물론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인 것이다.

나와는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한 가지 나보다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물건의 크기였다.

국장의 종이며 때밀이기도 한 나였기에 수시로 사우나에 들르는 국장을 따라 같이 들어가 그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본 것인데 그의 자지는 불쌍할 정도로 작아서 내 우람한 것과는 말 할 것도 없고 다른 일반적인 사이즈에도 훨씬 못 미치는 크기였다.

때를 밀다보면 가끔 그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지 자지가 발기할 경우도 있었다.

그때도 보면 내 자지가 죽어 있을 때보다 작았고 전체적으로 내 절반에 못 미치는 크기였던 것이다.

거기에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고 운동은 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빈약한 그의 몸매는 볼품이 없었다.

한 마디로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있을 때라면 내가 국장보다 훨씬 우위에 서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 사모님에게 한 행동도 이런 맥락이다.

내가 국장보다 한 가지는 잘난 것이 있다고 과시할 목적, 그 외에 어떤 것도 개입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마친 나는 사모님이 준비해 둔 속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 사모님이 보이지 않자 나는 바닥에 앉아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안방에서 나왔다.

‘......!’

그녀가 샤워를 하기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옷을 바꿔 입었는데 조금 전에는 목까지 올라온 셔츠를 입었지만 지금은 목에서부터 가슴까지 파인 브이형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당연히 학처럼 우아한 목과 가슴 일부가 맨살로 노출이 되었다.

마치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옷을 입은 것 같아 나는 갑자기 목이 타는 느낌이 들었고 그녀에게 물을 청했다.

“사모님. 저 물 한 잔만 주시겠습니까?”

“예. 잠시만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부엌으로 가는데 마치 내 속마음을 알아채고 웃음을 짓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거렸다.

“자. 마셔요.”

그녀가 물잔을 내 앞으로 내려놓는데 몸을 숙인 탓에 옷깃이 살짝 벌어지며 가슴이 더욱 많이 노출되었다.

‘아우. 이거 일부러 그러시나?’

눈을 둘 곳이 없어 민망한 기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평소에 정숙한 모습만 봐 오다 그녀의 이런 야한 차림을 보자 어찌 행동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당황한 내 모습을 보며 그녀가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일어나 한쪽 방으로 들어갔다.

한숨을 돌린 나는 목이 타서 물을 단번에 마셔버렸다.

잠시 기다리자 그녀가 방에서 나오며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이게 뭔가요?”

“이거 양주 발렌타인 21년산이에요.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마실 만 할 거예요.”

“아니.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주춤거리자 그녀는 아예 내 손을 잡고 강제로 박스를 안겨준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손이 닿았고 이번엔 그녀가 꽤 오랫동안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손을 떼며 말했다.

“우리집에서 이 정도 술은 아주 싼 거예요. 내 맘 같아선 30년산을 주고 싶은데 그것은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개수까지 다 챙기고 있어 못주겠네.”

“아, 아닙니다. 이것도 저에겐 너무 과분합니다.”

더 이상 사양하다간 30년산을 줄 것 같아 나는 어쩔 수없이 그녀가 건네는 것을 받았다.

“사모님. 오늘 일 한 것보다 받아가는 것이 더 커서 다음에 또 오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철수씨가 힘이 워낙 좋아서 빨리 마친 거지,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간 해가 져도 다 못했을 걸요? 그리고 내 물건을 모르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도 싫은데 이렇게 믿음직한 철수씨가 일을 해주니 난 너무 좋고 고마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다음엔 이런 거 주시지 말고 그냥 편하게 일 시키세요. 사모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전 뭐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웃었다.

“알았어요.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파트를 나와 고시원으로 가는데 발걸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제가쓰고있는 "소주안주의 야~~한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을 꿈꾸는 32살에 딸하나 있는 돌싱 작가 한 지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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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이야기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부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부
“여기야.”

내 손짓에 따라 시선을 돌려 고시원을 바라보던 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네.”

신통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들어가자.”

“다음에 가면 안 될까?”

아직도 주저하는 그녀의 손을 거의 반 강제로 잡아끌고 나는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좁은 입구에서 그보다 더 좁은 계단을 타고 3층으로 올라간 나는 305호실 문을 열고 인혜를 방안으로 밀었다.

“아이. 다음에 오면 좋았을걸.”

“다음에 올 거면 오늘이라도 상관없잖아?”

나는 웃는 얼굴로 머뭇거리는 인혜의 등을 떠밀며 안으로 들어섰지만 속으로는 욕을 했다.

‘씨발. 예쁘지도 않은 것이 빼기는 엄청 빼네.’

딸칵-

문을 닫고 자물쇠까지 걸고 보니 이제 조금 한숨이 돌려진다.

인혜를 만난 지는 1년. 그리고 정식으로 사귄 지는 6개월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서로 말을 트고 손을 잡는 정도로까지 발전을 했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드디어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고시원까지 그녀를 꼬셔서 데려온 것이다. 물론 목적은 그녀와 뭔가 진도를 더 나가보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 둘만 있게 되면 최종까지 가진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미지근한 상태보다는 훨씬 관계가 깊어질 것이 분명하질 않겠는가. 일요일인 오늘도 인혜는 그냥 시내에서 영화 보고 차나 한 잔 마실 생각으로 나온 것 같았는데 온갖 감언이설로 그녀를 꼬드겨 여기까지 왔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고시원이란 데가 생각보다 좁구나.”

인혜가 방안을 한 번 둘러보며 말하는데 둘러본다는 표현을 쓸 것도 없는 것이, 고시원 방이 다 비좁고 허름하지 별다른 것이 있겠는가?

“이런 곳 처음 와 보지?”

내가 묻자 인혜가 약간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뭐.”

순간, 반감이 마음속으로 울컥, 치밀었다.

‘뭐 나는 이런 데 있고 싶어서 있는 것이냐? 너야 부모 잘 만나서 대학까지 나오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정식으로 시청 공무원이 되었지만, 나같이 태어나서부터 고아인 데다 공부까지 못한 놈이 사회에서 그마나 도태되지 않고 생존해 나가려면 이런 데라도 감지덕지하며 살아야지.’

하지만 겉으로야 이런 속마음을 나타낼 수 없는 일, 나는 얼른 한 쪽에 쌓아 두었던 이불을 펴고 그녀의 겉옷을 받아 들며 말했다.

“좁아서 않을 곳도 없지? 자, 이곳에라도 좀 앉아.”

이불을 펴고 나면 더 이상 움직일 공간도 마땅치 않을 만큼 작은 방이다. 그래서 인혜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내가 펴 놓은 이불에 한 쪽 엉덩이를 살며시 들이밀고 앉았다.

내가 그녀 옆에 딱 붙어 앉자 인혜가 가볍게 나를 밀어낸다.

“왜 이렇게 가깝게 붙어? 조금 떨어져.”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듣는 대신 오히려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뭐야? 왜 이래?”

인혜가 몸을 흔들자 나는 어깨를 감싸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아 내 쪽으로 돌리며 입술을 가져갔다.

“하지 마.”

인혜가 가볍게 고개를 틀자 내 첫 키스 시도는 무참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며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대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게 하길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마침내 내 입술이 인혜의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 순간, 나는 26년 인생에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던 여자와의 키스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철수씨.”

내가 그녀를 밀어 이불에 자빠뜨리고 그 위로 올라타자 인혜가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이러려고 날 데려왔어?”

“인혜야.”

인혜의 목소리가 커지자 나는 당황하여 얼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크게 소리치지 마. 옆방에 다 들려.”

입이 막히자 인혜가 몸을 더욱 크게 비틀며 반항했다. 순간, 난감해진 나는 얼른 입술을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알았어. 안 할 테니 큰 소리는 내지 마.”

인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입을 막았던 손을 풀었다.

“뭐야? 고작 이런 짓이나 하려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그녀가 누운 채로 올려다보며 추궁하듯 말하자 나는 황급히 변명했다.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럼 뭐야?”

“인혜가 너무 좋으니까 그러지.”

“아무리 좋다고 이런 식으로 하면 강간이나 마찬가지야. 알아?”

인혜가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순간, 나는 다 집어치우고 그녀를 방에서 내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얼굴도 못생긴 것이 거만하게 튕기는 꼴이라니.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 여자를 꼬시려고 6개월 간 들인 공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미안해. 날마다 인혜 너만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정신이 잠시 나갔나봐. 용서해 주라.”

내가 애처러운 표정으로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말하자 인혜는 화가 조금 풀렸는지 전보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알았어. 무거우니까 이제 그만 내려와.”

“응.”

나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몸을 일으킨 인혜는 내 얼굴에서 말 할 수 없는 아쉬움을 읽었는지 이내 웃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어머!”

놀란 인혜의 음성을 들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 그녀의 눈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 내렸다. 순간, 당황한 나는 얼굴을 붉히며 변명처럼 말했다.

“미안. 내가 워낙 흥분해서...”

인혜가 보고 있는 곳은 내 하체 중심부였고 지금 그곳은 잔뜩 흥분한 페니스로 인해 커다랗게 텐트를 치고 있었다.

“철수씨.”

인혜의 시선은 내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조금 전 키스도 허용하지 않을 태세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여자들은 큰 걸 좋아한다더니...’

조금은 감탄한 표정으로 내 그것을 쳐다보고 있는 인혜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처음으로 그녀보다 뭔가 우위에 섰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금방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오려는 듯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내 성기는 사실 보통 남자들의 것보다는 훨씬 컸던 것이다.

뭔가 인혜의 마음이 전과는 달라진 것을 감지한 나는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다시 붙어 어깨를 감쌌다. 처음 방으로 들어와 했던 동작과 똑같은 것이었지만 이번에 인혜는 어깨를 털어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나. 인혜를 많이 좋아해.”

나는 이 좋은 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 어깨를 감싸고 내려온 손으로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계속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 인혜를 보았을 때부터 난 인혜가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러자 인혜가 조그맣게 대답한다.

“나 별로 예쁘지 않은데.”

‘그래. 맞아. 너 예쁘지 않아. 아니, 너 정도면 못생긴 거지.’

속으로 한 생각이 입으로 나오려는 것을 얼른 삼키고 나는 고개를 크게 옆으로 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눈에 인혜는 천사처럼 예쁘게만 보이는데. 저번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때 일등 먹은 여자 보니까 우리 인혜보다 훨씬 안 예쁘더라.”

“거짓말.”

인혜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지만 이제 표정은 완전히 풀어져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무리 헛소리라고 해도 여자에게 예쁘다는 말은 그 어떤 위대한 종교보다 더 믿고 싶을 명제일 것이다.

“거짓말 아니야. 그런 데 나오는 여자들이야 얼굴 다 뜯어 고치고 가슴 수술하고 그런다더라. 우리 인혜처럼 자연미인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지.”

나는 인혜가 성형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말만 골라서 했다. 그러자 역시 인혜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조금 올라간 톤으로 말했다.

“철수씨 말이 맞아. 요즘 여자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몸에 한두 군데는 손을 안 댄 사람이 없지. 나는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데다 특히 아빠가 얼굴에 손 대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성형외과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지만.”

나는 새삼스레 인혜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차라리 성형을 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눈은 단추구멍처럼 작고 코는 낮다. 눈에라도 칼을 조금 대면 이것보다는 나아질 것 같긴 하지만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이, 입술은 붉고 도톰해 키스하기는 좋은 입술이다.

“나는 인혜의 그 점이 더욱 좋아. 요즘 여자들처럼 허영기도 없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말이야. 인혜는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씨는 얼굴보다 더욱 예쁜 것 같아. 천사처럼.”

내 극도의 찬사에 이제 인혜의 얼굴은 완전히 풀려버렸다.

“뭘. 사실 철수씨야 말로 키 크고 미남이지. 철수씨가 대학 나오고 반듯한 직장만 있었다면 일등 신랑감이었을 텐데.”

인혜가 아쉬운 듯 말하자 나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야. 내가 대학 나오고 반듯한 직장이 있었다면 너 같은 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뭐 어쩌겠어. 태어나서부터 부모 얼굴도 못보고 자란 고아인걸.”

내 지나온 과거가 떠오르자 갑자기 우울해진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인혜가 이번엔 나는 위로한다.

“그래도 철수씬 성실하고 착하잖아? 같이 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항상 밝고 명랑해서 고아란 생각이 전혀 안 들어.”

인혜가 그렇게 말하지만 물론 그것은 그녀가 나란 인간을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남자가 한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기 위한 결심이 섰다면 당연히 그 여자 앞에서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야 돌봐줄 부모도 없었고 스스로 설 수밖에 없는 처지라 성실하게 살지 않을 수 없었지. 물론 고아원에 같이 살았던 친구 중에 대다수는 잘못된 길로 빠졌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거든.”

말을 하다보니까 옛날 고생하며 살았던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고아원에 버려진 놈이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고아원에서 살았다. 고아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슬픈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반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질시와 냉대는 예사로 겪는 일이었고 질이 나쁜 녀석들의 유혹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고등학교에 가서 덩치가 커지기 시작하자 그 유혹은 더욱 심해졌고 조직폭력배의 제안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어차피 공부 머리도 되질 않아 대학엘 진학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고 그쪽이 힘들면 조폭으로 길을 내딛어 성공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힘든 유혹을 모두 뿌리쳤다. 비록 고아로 자랐고 세상 기준으로 볼 때 보장돼 있는 미래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반드시 내 힘으로 일어서리라. 인생은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아원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사회로 나오자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군대를 갔고 제대한 날 그 동안 군대에서 모은 월급으로 처음 여자를 샀다. 돈이 아까워 담배나 술도 입에 대지 않고 피같이 모은 돈이었는데 너무나 여자에 대한 욕구가 강해, 제대한 그 날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사창가엘 가버린 것이다. 10분도 되질 않아 끝나버려 생각하면 너무나 허망한 일이기도 했지만, 상상만 하고 손으로만 욕구를 해결했던 나에게는 처음으로 경험한 여자였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대를 하고 나는 직장을 찾았다. 하지만 고졸에 세상 경험도 없는 고아인 내가 들어갈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막노동이라도 하자면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것은 잠시 아르바이트로 할 일이었지, 오래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내가 구하는 것은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이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공무원이었지만 공부도 못하고 대학도 나오지 못한 나에게 공무원이란 정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원을 품으면 길이 열린다고 내게 기회가 찾아왔다. 시청에 취직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정식 공무원이 아니라 임시직에 허드레 일을 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군말 없이 모집에 응했고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시청에 근무하게 된 나는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면서 허드렛 일을 했다. 일반 공무원들은 하기 싫어하는 더럽고 힘든 일도 나는 싫은 기색 한 번 하지 않고 했다. 그렇게 2년을 일하자 시청 내에서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성실성을 인정했고 마침내 부서를 한 곳으로 고정시켜 주었다. 그곳은 도시계획국이란 부서였고 시청에서도 계란노른자처럼 실속 있는 부서로 이름 난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2년을 근무했고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도시계획국으로 옮긴 뒤 나는 더욱 할 일이 늘어났다. 허드렛 일뿐 아니라 국장의 개인비서 일까지 도맡게 된 것이다. 아니, 실상을 말하자면 개인비서가 아니라 국장의 종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장의 공적인 일은 물론이고 사적인 일, 예를 들어 국장의 집에 강아지가 병이 나면 집에 가서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게 해 집으로 모셔다(?) 주고 오는 일까지도 했다. 하지만 나는 국장이 일을 시키면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일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바로 국장이란 사람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때문이었다. 국장의 이름은 이병국.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에 학교 다닐 때 이미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패스한 수재였다. 당연히 젊은 나이에 고급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이제 마흔밖에 되질 않았는데 도시계획국의 국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계획국의 국장이란 직위는 시장을 제외하면 시청에서 서열이 5위 안에 드는 막강한 자리였고 실제로 행사하는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다. 그런 국장에겐 나 같은 말단 임시직 하나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해 주는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을 안 나는 처음부터 국장이 시키는 일이라면 그가 싼 똥이라도 핥는다는 심정으로 충성을 바쳤고 나의 의지를 읽은 그도 마음 놓고 나를 종으로 부렸다. 물론 곧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해 주겠다는 언질까지 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도시계획국에서 일을 한 지 1년이 되자 인혜가 발령을 받아 그곳으로 왔다. 그녀에게는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하고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받는 첫 발령이었다. 첫 발령이 도시계획국이란 말은 그녀에게 뒷배경이 있거나 아니면 임용시험이 아주 우수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가 처음 근무를 할 때부터 나는 유심히 그녀를 봐두었고 그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서울에 있는 모 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임용고시도 탑으로 통과한 재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나는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대쉬해갔다. 처음 근무하는 직장이라 낯설고 생소한 일투성이인 그녀에게 나는 자상하고 부드럽게 일을 도와줬고 심지어 그녀가 점심을 먹고 나면 얼른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대령할 정도로 모든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얼굴을 보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빈상이었지만 여자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나에게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그녀를 결혼 상대로 보고 작업을 거는 마당에 얼굴이 무슨 상관이랴. 돼지 얼굴 보고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인혜 역시 접근 하는 나에게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처음엔 굉장한 호감을 품고 있었다. 시청에서 오래 근무한 노하우로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입속의 혀처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내가 어찌 좋지 않겠는가. 더구나 180이 넘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까지, 남자라면 갖출 수 있는 외모는 모두 구비한 내가 아니던가.

그렇게 인혜가 시청에 들어온 지 6개월이 지나 우린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귀면서 인혜는 내가 고아란 사실과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자 처음에 품었던 호감을 많이 거둬들였다. 임시직이란 사실은 진작에 알았지만 곧 정식 직원이 된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도 곧 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그것은 믿었지만 평생을 같이 할 반려로는 썩 내키지 않은 것 같았다. 눈칫밥만 먹고 살아온 내가 왜 그 사실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 그녀에게 가깝게 다가갔고 더욱 살갑게 굴었다. 사귀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녀는 얼굴만 조금 못났을 뿐, 아주 정상적인 가정에서 반듯하게 성장한 사람이었다. 대기업에 이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내조를 잘 하는 엄마. 집도 강남에 42평 아파트가 아버지 소유로 되어 있었고 그것을 장녀인 그녀가 나중에 물려받을 공산이 컸다. 아니, 재산을 떠나서 나는 그런 정상적인 가정에 사는 그녀가 부러웠고 그런 정상적인 가족의 일원이 되어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마치 그렇게 하면 내 불행했던 과거의 신분이 높게 격상이라도 되듯이....







찰나에 떠오른 과거사를 머리에서 지우고 나는 인혜에게 말했다.

“사실 고아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 했어. 이제까지 나쁜 짓 하지 않았고 여자하고도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어. 인혜가 내 첫 여자라구. 여자하고 키스한 것도 조금 전 인혜하고 처음으로 한 거야.”

“정말?”

인혜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철수씬 남자답게 생기고 키도 커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거 같은데.”

“이상하게 그 동안 그쪽으론 관심이 없었어. 아마 우리 인혜를 만나려고 여태껏 기다린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인혜가 듣기 좋은 말로만 골라서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여자에게 너무나도 관심이 많았고 섹스도 날마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돈이 없었고 또 돈이 조금 모인 후로는 그 돈을 모으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돈 쓰는 게 너무 아까워 한 푼도 낭비하기 싫었다. 오직 그것이 이유인데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데 인혜를 처음 본 순간 바로 필이 오더라. 바로 이 여자가 그 동안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여자라고 말이야.”

“설마......”

인혜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인혜는 남자와 많이 사귀었나 보구나. 하긴, 이렇게 예쁜 여자를 남자들이 가만 놔두었을라구.”

“나도 철수씨와 마찬가지야. 남자하고 한 번도 사귀거나 진지하게 데이트를 한 적이 없어.”

“정말이야?”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자 인혜가 그렇지 않아도 작은 눈을 더욱 내려 감으며 웃는다.

“그렇다니까. 대학도 여자대학엘 다녔고 대학 다니는 4년 내내 미팅 몇 번 해본 거가 남자경험 전부야.”

“어쩌면 인혜는 나랑 비슷하냐? 우리 서로 경험이 없는 처지니까 공평하고 좋겠다. 인혜야.”

내가 다정하게 부르자 그녀가 나를 보며 눈으로 묻는다.

“우리 한 번만 더 해 보자.”

“뭘?”

“키스.”

키스란 말을 듣자 마치 그것을 당장이라도 한 것처럼 인혜가 몸을 움찔, 떤다. 하지만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전엔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없어서 인혜를 괴롭게 한 거 같아. 하지만 이번엔 거칠게 하지 않을게. 인혜가 그만 두라면 더 이상 하지도 않을 거고.”

“하지만...”

인혜가 망설이자 나는 재촉했다.

“우리 사귄지 6개월이나 됐는데 키스 한 번 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너무 심한 거 아냐? 인혜야. 한 번만 하자. 응? 내 소원이다.”

내가 완전 저자세로 나가자 인혜의 마음이 흔들리는지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다 이내 눈을 밑으로 살며시 내려 깔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가 거의 승낙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얼른 두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눈이나 코는 못생겼지만 작고 갸름한 얼굴이라 두 손 안에 그녀의 얼굴이 다 들어왔다.

그 상태로 나는 얼굴을 가져가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댔다. 이번엔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입술과 입술이 닿자 내 입술을 인혜의 입술에 대고 가볍게 문질렀다. 인혜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완전히 자신을 얻고 그녀의 입술을 내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그러자 여자의 말랑말랑한 입술의 감촉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아! 여자의 입술이란 게 이런 거로구나.’

여자의 입술이란 것이 세상 그 어떤 훌륭한 음식보다 더 맛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완전 감동하여 인혜의 입술을 입안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으음!”

누구의 입에선지 모르지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방안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동안 입술을 빨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인혜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입술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내 혀는 거침없이 입술 사이를 뚫고 들어가 그녀의 입속을 헤집었다. 한 마리 뱀처럼 이리저리 유영하며 그녀의 입속을 탐험하다 그녀가 숨이 막혀 하자 나는 혀를 거두고 입술을 떼었다.

“하아. 철수씨.”

인혜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그녀 역시 나 못지않게 흥분했는지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되었다 싶어 한 쪽 손으로만 인혜의 얼굴을 잡고 다시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다른 손을 살며시 아래로 내려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등을 쓰다듬던 손이 아래로 내려와 허리를 돌다 이내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위로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올라온 손이 인혜의 왼 쪽 가슴을 움켜쥐자 비록 옷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지만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살덩이가 손안 가득 느껴졌다. 마른 편인 데다 항상 헐렁한 옷을 즐겨 입는 그녀라서 가슴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손 안에서 제법 튼실하게 잡히는 감촉으로 보아 결코 작은 가슴은 아니다. 그런 느낌과 함께 갑자기 그녀의 옷을 모두 훌렁 벗기고 알몸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혜 또한 가슴을 잡히고서도 아직까진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용기를 얻은 나는 계속 인혜의 입술을 빨면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으음.”

인혜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나는 손을 다시 밑으로 내려 그녀의 허리 부근에 댔다. 거기서 한 동안 망설이다 상의 자락을 들추고 손을 옷속으로 집어넣었다.

“아. 안 돼.”

맨살에 낯선 침입자가 들어오자 인혜는 그제야 거부하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입술로만 그럴 뿐, 몸까지 틀면서 반항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여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하게 손을 위로 쑥, 올렸다. 손끝에 브래지어 끈이 걸리자 나는 그것을 그대로 위로 밀어올리고 가슴을 단숨에 덥석 쥐었다. 그리고 손안 가득 느껴지는 맨 살덩이.

“아!”

순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자의 가슴을 이렇게 맨살로 만진다는 생각만으로도 하체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손안에 들어온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그러다 손끝이 그녀의 유두를 톡, 건들자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철수씨. 그만.”

인혜가 몸을 틀며 거부하려하자 나는 그것을 저지하려고 그녀를 향해 내 몸을 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바닥에 넘어지고 나는 그녀의 몸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 나는 또 이성을 잃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고 말았다.

“철수씨. 그만 해.”

이미 이성을 잃은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를 그녀의 보지둔덕에 대고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아. 그만.”

내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자 인혜는 두려움을 느꼈는지 몸을 틀며 반항하다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짝-

얼굴이 얼얼해진 나는 행동을 멈추고 인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나 다신 안 만나도 좋아?”

인혜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자 나는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어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다. 인혜가 얼른 일어나 나를 흘겨보는데 나도 기분이 확 나빠져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않고 얼굴만 굳히고 있었다. 두 번이나 거절을 당하자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것이다.

‘씨팔. 얼굴도 못 생긴 것이 왜 이렇게 빼냐? 정말 더러워서.’

욕이 입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참고 가만히 있자 인혜도 내 기분이 많이 안 좋다는 것을 눈치 채고 살며시 물어온다.

“철수씨. 화 났어?”

그래도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내 얼굴을 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어머!”

놀란 인혜의 음성에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

자지가 옷을 뚫고 밖으로 나올 것처럼 솟아 있었고 인혜는 그걸 보고 놀라 감탄사를 내뱉은 것이다. 내가 보니 조금 전보다 그것은 더욱 부풀어 있었다. 마치 지금 내 마음처럼 화가 잔뜩 나 있는 것이다.

“조금 전보다 더 커진 거 같아. 어떡해?”

인혜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지만 시선을 자지에서 거두지 않는다. 그러자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부 인혜 때문인데 뭘.”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철수씨 그렇게 됐어?”

“남자는 다 그런 거야. 이렇게 하다 중단하면 화 난 다구.

“그래? 불쌍하다.”

인혜가 말과 함께 내쪽으로 다가오자 나는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어쩔 거야? 최소한의 책임은 인혜가 져야지.”

“어떻게 책임을 지라고?”

인혜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는데 싫지 않은 눈치다.

“일단 내 거 한 번 볼래?”

그러면서 바지를 벗는 시늉을 하자 인혜가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내친 걸음이라 생각하고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텐트를 치고 있는 팬티마저 걷어내자 기다렸다는 듯 발기한 자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인혜의 얼굴을 보니 그녀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내 자지를 보는데 마치 미지의 신세계를 보는 탐험가처럼 호기심과 감탄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인혜의 얼굴표정을 보고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시선을 자지로 옮겼다.

‘......!’

정말 내 것이지만 내가 봐도 훌륭한 물건이었다. 지금의 내 자지는 완전하게 부풀었다가 인혜에게 뺨을 맞고 약간 수그러든 상태로 평소에 비해 직각으로 직립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인혜의 감탄어린 시선을 받자 이놈은 점점 더 힘을 얻어 더욱 빳빳해지며 배꼽 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 세상에... 움직인다.”

인혜가 놀라며 자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이놈은 더욱 신이 나서 거의 배꼽에 딱 붙을 정도로 서버렸다. 그 상태에서 내가 자지에 힘을 주자 그놈은 마치 인혜를 향해 인사하듯 고개를 꺼떡거렸다.

“정말. 신기하다. 어쩜 이럴 수 있지? 철수씨. 남자들 거 다 이렇게 생겼어?”

인혜가 나를 향해 묻는데 못생긴 얼굴이지만 그 표정만은 너무 귀여워 나는 조금 전의 화가 다 풀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지 않아. 내 것이 큰 편이야.”

“그래?”

“응.”

나는 군대에 있을 때를 잠깐 떠올렸다. 체격이 좋아서 특전대에 차출되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목욕을 할 때였다. 단체로 목욕을 하는데 고참들이 내 자지를 보더니 여자 죽일 좆이라면서 서로 만져보려고 쟁탈전을 벌였던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대중목욕탕을 갔을 때도 같이 목욕하던 어떤 할아버지가 내 자지를 보고 이렇게 감탄한 적도 있었다.

“허어. 그 놈 참. 탐스럽게도 생겼네.”

가끔 그 할아버지의 탐스럽단 표현이 지금도 생각나는 게 그때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내 자지는 길이나 굵기 모두 큰 편이었고 여자경험이 없어서인지 발기하기 전에는 하얀 살색을 유지하고 있어 보기도 좋았다.

“이렇게 크면 무섭겠다.”

인혜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내 자지에 대해 평을 하자 나는 그 생각을 수정해주려고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것은 인혜가 남자 경험이 없어서 하는 말이지. 나도 경험은 없지만 들은 말에 의하면 남자 것은 클수록 좋대. 특히 결혼해서 애를 낳게 되면 작은 성기로는 여자가 만족을 못한다던데. 그러니까 결혼할 남자라면 이게 클수록 좋을 거야.”

나는 은근히 인혜에게 내가 결혼할 적임자란 걸 심어주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인혜도 내 말에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자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내 자지에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자 불쑥 이렇게 말했다.

“이거 한 번 만져볼래?”

그러자 인혜가 그제야 시선을 자지에서 떼고 내 얼굴을 보았다.

“그래도 돼?”

거부감이 전혀 없는 얼굴로 인혜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지를 그녀 앞으로 더 내밀었다.

“한 번 만져 봐. 나도 인혜가 만지면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알았어.”

말과 동시에 인혜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자지를 잡았다.

“으음.”

작고 가냘픈 손이 귀두 바로 밑부분을 잡자 나는 달아오른 자지에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몰려왔다.

“왜?”

내가 신음소릴 내자 인혜가 묻는다.

“좋아서. 인혜가 잡아주니까 너무 좋아.”

“그래? 그런데. 엄청 뜨거워.”

“흥분해서 그래. 남자는 이렇게 되면 배출을 해 줘야지. 안 그러면 무척 힘들어.”

“그렇구나.”

“인혜야.”

“응?”

“인혜가 도와주라.”

“뭘?”

“배출할 수 있게 말이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인혜가 거절을 하지 않자 나는 뛸 듯이 기뻐 말했다.

“인혜는 야한 동영상 같은 거 안 봤어?”

그러자 인혜가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그녀가 야동을 봤다고 확신했다. 약간 내숭과인 인혜가 만약 안 봤으면 바로 말을 했을 것이다.

“봤구나? 몇 번 정도 봤어?”

“친구 따라서 한 세 번 정도?”

“그래? 그러면 거기서 이런 거 해 주는 것도 나오지 않아?”

“보긴 봤는데 그냥 자세하게는 못 봤어.”

“그러면 일단 하는 데까지 해 봐.”

“아이. 자신 없는데.”

그러면서도 거절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인혜도 분명 해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나에게 해 줄 그런 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으음.”

인혜가 자지를 잡았던 손을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자 나는 엉덩이를 조금 틀어 편한 자세를 잡고 그녀의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좆대만 한 손으로 움직이다 인혜가 귀두부근을 문지르자 나는 신음소릴 냈다.

“아.”

“이파?”

인혜가 놀라 내 얼굴을 보며 묻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좋아서 그래.”

“으응. 여기 하면 좋아?”

귀두를 살살 문지르며 그녀가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꾸했다.

“그런데 여긴 꼭 송이버섯 같애.”

인혜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귀두를 문지르며 말하자 내가 대답했다.

“거기가 나처럼 커야 좋대. 맨 처음 여자 몸속에 들어가는 거잖아? 그러니까 거기가 클수록 여자가 좋아한다고 그러더라.”

“그래?”

“응. 인혜야. 거기 한 번 입으로 해 볼래?”

“입으로?”

인혜의 말이 조금 떨려나왔다. 하지만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그다지 놀라지는 않는다.

“응. 그렇게 손으로 해도 좋지만 입으로 하면 훨씬 더 좋을 거 같아. 인혜가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꼭 한 번 받고 싶어.”

나는 인혜의 표정으로 봐서 거절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에 계속 사정조로 부탁을 했다.

“음. 입으로 하다 철수씨 거 나오면 어떡해?”

“그때 되면 내가 말할 게.”

인혜가 잠시 갈등하다 결심을 했는지 고개를 숙이며 내 자지에 입술을 갖다 댔다. 잠시 기다리자 인혜가 곧 귀두를 입속에 넣었다.

“아아!”

촉촉하고 따뜻한 습지에 빠진 것처럼 귀두에 느껴지는 감촉이 너무 좋아 절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인혜가 전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져 나는 몸을 들고 손을 뻗어 인혜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인혜는 자지를 입에 머금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귀두만을 머금고 있다 침이 고이는지 인혜가 한 번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술을 오므렸다 펴며 귀두에 자극을 주기 시작한다. 그 상태에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인혜의 머리카락만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69자세로 있었다면 가슴도 만지고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인혜는 얼굴만 내 자지에 있고 나머지 몸과 하체는 나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만지며 애무할 수가 없었다.

입술만을 사용하던 인혜가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핥았다.

“음. 좋아.”

순간 내가 몸을 움찔, 거리며 반응을 보이자 인혜는 점점 더 속도를 내서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추웁- 츱-

고개를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집중해서 자지를 빨고 있는 인혜의 모습을 보니 쾌감이 급속도로 몰려왔다. 이대로 가면 곧 사정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아쉬워 나는 인혜를 불렀다.

“인혜야.”

우웅-

내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인혜는 열심히 자지만을 빨고 있었다. 전에 보지 못한 그녀의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의아한 기분마저 들었다. 자지 빠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전에는 가슴 한 번 만지려고 해도 거부하던 그녀가 이렇게 자지 빠는 일에 열중하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마치 이런 경험이 많은 여자처럼 인혜가 귀두를 집중적으로 빨아대자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제지했다.

“으응.”

내 힘에 밀린 은혜가 그제야 자지를 입에서 토해내고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붉어져 있었고 두 눈은 총기 잃은 사람처럼 풀어져 있었다. 순간 나는 조금 전 내가 이성을 잃고 흥분했을 때처럼 인혜도 흥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혜의 행동에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인혜야. 우리 자세를 조금만 바꿔서 하자.”

“어떻게?”

“몸을 이쪽으로 붙이고 해. 나도 인혜가 좋아서 만지고 싶어.”

그러면서 인혜의 몸을 내 쪽으로 당겨 69형태로 위치시키고 인혜에게 다시 자지를 빨게 했다. 그러자 인혜는 이제 아무 망설임도 없이 엉덩이를 내 얼굴 쪽으로 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자지를 자신의 입속으로 가져갔다. 한 손은 좆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머뭇거리다 그 밑에 있는 내 부랄 두 쪽을 부드럽게 감싸더니 그녀는 마치 제 집 찾은 강아지처럼 귀두를 덥썩 삼켰다. 그리고 쭈쭈바를 빨듯 자지를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쭉- 쭈읍-

자지 빠는 소리가 꽤 크게 나는 데도 인혜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지 열심히 빨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한순간 그녀가 남자 경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내 걸 보고 놀라는 모습이나 다른 행동들로 봐서 인혜가 그럴 여자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두 가지다. 인혜가 원래 남자 자지에 관심이 많았던지, 아니면 내 자지가 빨고 싶을 만큼 매우 훌륭했던지. 나는 후자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 인혜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나에게 있어 무척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조금 식었던 열기가 인혜의 입놀림으로 다시 끓어오르자 나는 손을 뻗어 인혜의 가슴을 만졌다. 지금의 위치는 인혜의 몸 어디든지 만질 수 있었다.

비록 옷 위로지만 가슴을 주물럭거려도 이번에 인혜는 거부하지 않았고 부지런히 자지만을 빨고 있었다.

‘그럼 어디 더 해 볼까?’

나는 손을 허리로 내려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

맨살에 손이 닿자 인혜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전혀 거부하지 않자 나는 용기가 생겨 손을 위로 올렸다. 어느새 원위치 되어 있는 브래지어를 위로 밀어 올린 뒤 맨 가슴을 쓰다듬었다.

“흐음.”

인혜가 자지를 입에 문 채 신음소릴 낸다. 저번과 달리 한결 여유를 찾은 나는 인혜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거리며 가끔씩 꼭지를 애무했다. 내 손가락이 작은 젖꼭지를 스칠 때마다 인혜는 자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빠는 힘을 줄였다. 그러다 인혜가 자지를 뱉더니 나에게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씨. 아직 멀었어?”

“왜? 힘들어?”

“응. 조금.”

빠는게 힘들다는 말인지, 아니면 흥분해서 힘들다는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물어볼 수 없는 말이기에 나는 달래 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곧 될 거 같아. 조금만. 조금만 더. 응?”

“아. 알았어.”

그러더니 인혜가 다시 자지를 입에 넣고 빠는데 이번에 방법을 바꾼 것 같았다. 혀 전체를 사용하여 귀두를 핥고 쓰다듬으며 입술로 강하게 물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하게 흥분이 몰려왔다. 나는 가슴을 쥐고 있던 손 말고 다른 손으로 인혜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겨울이라 두터운 치마를 입고 있어 그다지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손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었다. 팬티가 손에 잡히자 나는 주저없이 팬티를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인혜가 엉덩이를 흔들며 자지를 입에서 뱉어냈다.

“철수씨. 거긴 안 돼.”

“조금만. 조금 만져보기만 할게. 절대로 그 이상은 안 해. 인혜야. 한 번만 만져보자.”

이성을 잃은 나는 여기서 죽더라도 멈출 수가 없었다. 꼭 인혜의 보지를 한 번 만져보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아. 안 되는데. 어떡해.”

입으로 안 된다면서도 인혜가 크게 반항을 하지 않자 나는 손에 잡힌 팬티를 단숨에 밑으로 내리고 두 개의 엉덩이를 맨살로 만지며 주물렀다. 한 손에는 탐스런 가슴이 다른 손엔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만지고 있자니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에 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음. 인혜야. 곧 될 것 같아. 얼른 빨아 줘.”

그러자 인혜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깨달은 듯 자지를 입에 넣고 강하게 빨기 시작했다.

“으음.”

흥분이 점점 최고조로 치달아 가는 가운데 나는 몸을 완전히 세웠다. 눈앞에 인혜의 엉덩이가 치마에 가려 있자 나는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으로 치마를 완전히 걷어올렸다. 그러자 박속같이 새하얀 엉덩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한 손은 일관되게 젖가슴을 주물렀고 다른 손으로는 인혜의 왼쪽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리고 입술을 오른쪽 엉덩이에 대고 혀를 내밀어 핥기 시작했다.

“우웅.”

인혜가 엉덩이를 흔들며 더욱 강하게 자지를 빨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부랄 속에 들어 있는 정액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미친 듯 발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하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으며 나는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뺐다. 그리고 그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 사이를 지나 계곡속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내 손이 보지에 근접하는 것을 느낀 인혜가 하지 말라는 듯 엉덩이를 더욱 세게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흥분에 이성을 잃어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더욱 깊숙이 집어넣었고 내 손의 침입에 인혜의 두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자 나는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박고 앞에 보이는 것이라면 모두를 혀로 핥아댔다. 아마도 주름진 부분인 것으로 보아 항문인 것 같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혀를 내밀어 항문을 빨고 손에 잡힌 보짓털을 한 웅큼 움켜쥐었다 그러다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보짓털이 있는 부분이 홍수가 난 듯 젖어 애액으로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까지 인혜의 보지가 젖어 있으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것이 부끄러워서 만지지 못하게 한 것이었을까? 이미 나에게 모든 것을 들켜버린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거부하는 몸짓도 하지 않은 채 귀두만을 집중적으로 압박하며 빨았다.

쭈읍- 쭉- 쭙-

좁은 고시원의 방안에서 인혜의 자지 빠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났고 두 사람의 젊은 몸에서 나오는 열기 또한 추운 겨울을 녹여버릴 만큼 뜨거웠다.

“아. 인혜야.”

인혜가 나 못지않게 흥분하여 보짓물을 쏟았다고 생각하자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보지 겉부분을 쓰다듬던 손 가운데 하나를 보지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윽.”

인혜가 몸을 떨었다. 보지 속살을 오가며 클리토리스가 있는 부근을 만지다 이내 손가락을 아래로 해 구멍을 찾았다.

‘......!’

손가락으로 밀어보니 밀리는 부분이 생겨 그곳으로 손가락을 더욱 세게 밀었다. 순간 여기다 싶은 느낌이 확, 들며 손가락이 아주 빡빡하고 좁은 동굴 안으로 쑥 밀려들어갔다.

“아웅!”

인혜가 크게 신음소릴 내며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밀어댔다. 그 순간 내 부랄 속에 있던 정액이 관을 타고 밖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으윽!”

나는 질속에 한 마디 박혀 있던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며 사정을 시작했다.

움찔-

자지가 전과 다르게 큰 약동을 했지만 인혜는 처음이라 감지를 못했는지 계속 자지를 빨고 있었다.

쿨럭- 쿨럭- 쿨럭-

엄청난 양의 정액이 요도를 타고 나와 인혜의 입속으로 모두 쏟아졌다.

“우웁!”

입속에 쏟아지는 정액을 받고서야 그것을 깨달은 인혜가 얼른 입을 빼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나는 황급히 휴지를 찾아 건넸고 인혜는 입속에 들어 있는 정액을 휴지에 뱉어내며 연신 켁켁, 거렸다.

“아우. 한다고 말하라니까.”

“미안. 너무 흥분해서 말을 못 했네.”

내가 미안한 듯 말하자 인혜가 나를 흘겨보며 투덜거린다.

“조금 삼켜버렸잖아.”

“괜찮을 거야. 이리 와 봐.”

인혜가 가까이 오자 나는 그녀를 안고 키스를 했다. 그녀가 입을 열자 나는 혀를 그녀의 입속으로 넣어 남아 있는 내 정액을 모두 회수하기라도 하듯 휘저으며 빨아주었다.

한 동안 그렇게 하다 내가 입술을 떼자 인혜가 말한다.

“이제 됐어.”

불같이 타오르던 격정이 가라앉자 나는 벗었던 팬티와 바지를 챙겨 입었고 인혜도 나를 돌아앉게 한 뒤 부스럭거리며 뒷정리를 했다.

모든 정리가 끝나자 나는 인혜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안고 다시 한 번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인혜도 거절하지 않고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입술을 떼고 그녀를 보니 아직도 흥분이 다 가라앉지 않은 듯 얼굴이 발갛다. 얼굴은 여전히 못난이였지만 그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인혜야. 사랑해.”

그러자 인혜가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전에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대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



고시원에서 인혜와 함께 나온 나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것을 깨닫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인혜가 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오히려 몸을 기대오자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고시원에서 했던 내 행동에 대해 그녀가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한 셈이었고 앞으로 그녀와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욱 잘 진행되리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즐거운 마음에 나는 모처럼 호기를 부려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인혜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 그녀를 바래다주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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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한마디....

제가쓰고있는 "소주안주의 야~~한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을 꿈꾸는 32살에 딸하나 있는 돌싱 작가 한 지연 입니다....

재미있게 즐기시고 제가 몸담고 잇는 소속사 광고에도 클릭한번 해주시면

제가 글을 쓰는데 많은 용기를 얻을수 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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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넙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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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이야기